본문 바로가기

수아씨 책이야기/책리뷰

거짓말을 먹는 나무 by 프랜시스 하딩 - 책을 열면 음산한 가지들이 나에게 뻗어오는

728x90
반응형

<2017년 11월 24일>

* 거짓말을 먹는 나무 by 프랜시스 하딩 - 책을 열면 음산한 가지들이 나에게 뻗어오는

* 평점 : ★★★★


읽고 싶은 책이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배경이 낯설었다.

공감이 되는 부분이 없다보니 책의 진도도 빠지지 않았다.

이 책을 보며 나중에 느낀 것이 책을 읽을 때, 특히 소설을 읽을 때 작품의 배경지식이 있다면 좋다..라는 말이 훅 다가왔다.

이 책을 읽기 전 이야기의 배경을 조금 살펴볼 걸.. 후회가 들었다.

배경이 낯설어서도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기도 했으나,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앞 부분이 지루했다고 해야 솔직할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건 앞 부분을 읽고 나서였는데 -출간 전 연재로 읽을 때 흥미로워서 읽었는데- 그 부분이 읽기 버거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긴 하다.

이 책을 며칠동안 잡고 있으며 도중에 멈춰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 고민하는 와중에 몸살이 와서 끙끙 앓았는데, 베개옆에 놓여진 이 책..

 몸이 아파서 죽을 것 같은데,

아파서 짜증이 나고 앓는 소리가 입 밖으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데, '거짓말'을 해대는 14살짜리 소녀가 눈엣가시처럼 가슴에 박혔다.

'넌 내가 도저히 못 읽겠다..!'


그렇게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신체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책을 열면 이야기에 나온 그 음산한 나무가 가지를 뻗어 나에게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나의 에너지가 책으로 스며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책을 열때마다 나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불안한 마음이 들고, 부정적인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이 어느 순간 퍼져 있다..라고 느끼는 그때

나 갱년기인가?

아님 감정몰입이 좋은건가?

고민에 들어간다.

언제부터인가 이야기에 깊이 들어가 있는다.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에서는 빠샤! 할 수 있는 응원과 희망을 얻고, 침울한 이야기에서는 내 온몸을 다해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한다.

책 한 권 한 권으로 내 마음이 널뛰기한다.

이 책은 유독 나에게 그랬다.

아파서 끙끙대면서 책을 보며 "넌 내가 못 읽겠다."라고 말을 하는 미친년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새벽내내 책을 째려보고 있었으면서,

아이에게도 '엄마가 저 책은 못 읽을 것 같아. 엄마의 마음을 힘들게 해." 라고 하구선

끝까지 읽어냈다.

물론, 가뿐한 마음으로 말이다.

다 읽고 마음이 편해졌다.

이야기의 결론이 좋아서 좋아진건지, 책을 덮어 좋아진건지.. 잘 모르겠지만, 홀가분한 마음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소설이어서 서평을 쓰지 말고 후딱 손을 놓자..했는데도 이 책을 아직까지 놓지 못하고 있다.

이 책에서 느낀 마음을 적지 않고서는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나만의 결정에 자판을 두드린다.

그 어떤 책보다 잔인함이 느껴지지 않음에도 이런 감정은 이해하기가 버겁다.

그런 버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옆에 두고 곁눈질을 해댄다.

여전히 이 책은 불편한 마음을 준다. 표지의 그림이 이야기 속의 나무와 똑같아보여서 더욱 불편하다.

저 나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지치기를 할 것 같다.

'거짓말'이라는 소재가 나에게 주는 데미지가 이토록 클 줄 몰랐다.

내 안의 그 어떤 것을 건드렸으리라.

나 안에 들어있는 악마성일까?

아마도 나는 '거짓말'이라는 단어와 '영악하기 짝이 없는 14살의 소녀'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 있는 그 어떤 모습과 닮았는지 들춰보고 싶은 마음도, 알고 싶은 마음도 아직은 없다.

살아가는데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거라면 그냥 난 지금 이대로가 좋다.

이 책은 나의 깊은 내면을 건드린 책으로 기억이 될 것 같다.

'나에게도 악마성이나 이중적인 인격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적이 있는 분들에게 읽어봐달라고 권하고 싶다.

나만 그랬는지, 다른 이들은 어떤 느낌인지..

이토록 나를 힘들게 한 책이 없었던 것 같다.


 네피림 화석을 발견하여 학회에서 유명했던 과학자이자 목사인 페이스의 아버지는 베인 섬으로 가족들과 이사를 간다.

베인 섬으로 화석 발굴을 도와준다는 명목이었으나 사실상 화석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야반도주였다.

그의 명성을 듣고 환대를 받았으나, 섬 사람들도 소식을 알게 되어 그들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페이스가 아버지와 한밤중에 식물 하나를 바다쪽에 있는 동굴에 숨겨놓은 날, 아버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다.

페이스는 자살로 위장한 살인이라고 생각하여 진실을 찾고자 단서를 찾다가 '거짓말 나무'를 알게 된다.

'거짓말'로 진실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 과연 무엇이 진실이며 무엇이 거짓말인지 추리를 해 나가는 페이스..

선한 거짓말과 악한 거짓말이 난무하는 베인 섬에서 페이스는 아버지의 죽음을 알아낼 수 있을까?


(P.458) 그것들은 다정한 거짓말들이었다.

넌 아직도 아름다워. 널 사랑해. 널 용서할게.

겁에 질려 하는 거짓말들도 있었다.

다른 사람이 분명 그걸 가져갔을거야. 물론 난 영국 성공회교도야. 난 그 아기를 전에 본 적이 없어.

약한 사람들을 이용해먹는 거짓말들도 있었다.

아이가 회복되길 원한다면 이 강장제를 사요. 내가 널 돌봐줄게. 너의 비밀은 꼭 지켜줄게.

진실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절반의 거짓말들과 짧게 흐르는 긴장된 침묵. 칼과 같은 거짓말, 찜질약 같은 거짓말. 호랑이의 줄무늬, 새끼 사슴의 얼룩무늬 같은 거짓말. 그리고 사방에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한 거짓말들이 있었다.

영양분을 주는 뿌리 없이 잘린 꽃 같은 꿈들. 어둠 속에서 덜 외롭게 느끼려고 하는 도깨비불 같은 거짓말. 공허한 결심과 무의미한 변명들.


(P.366) 거짓말은 불과 같다는 걸 페이스는 알게 됐다. 처음에는 보살피고 연료도 줘야 하지만 아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해야 한다.

살짝 바람을 부쳐주면 이제 막 피어오른 불길이 커지겠지만 너무 세게 부치면 꺼져버릴 것이다.

어떤 거짓말들은 처음부터 기세 좋게 퍼지면서 신나게 타닥거리며 타올라 더 이상 연료를 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거짓말은 더 이상 내가 처음에 퍼뜨린 거짓말이 아니게 된다.

그 거짓말은 나름의 생명력과 형태를 가지고 홀로 커져가면서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이 이야기의 기본적인 시작점이 이 문장이지 싶다.

생명력과 형태를 가진 거짓말, 나무라는 형태를 가지고 거짓말을 흡수하여 성장하는 생명력..

사람과 사람의 입과 귀를 통하여 처음의 거짓말이 아닌 다른 형태의 거짓말이 되어 있는 것이 마치 나무의 한 뿌리에서 사방으로 뻗쳐나오는 잔 뿌리들의 모습과 흡사하였을지도 모른다.

직접 물을 주지 않아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식물의 모습과 흡사한 거짓말.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든 그건 나의 관점일 뿐, 이러한 시작점으로부터 거대한 이야기주머니가 만들어졌음은 더이상 할 말을 잃게 만든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