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1일>
*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by 이혜린
* 평점 : ★★★★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올랐다 내려갔다.. 제멋대로다.
조울증에 걸린 사람마냥 시간단위 분단위로 기분이 휙휙 바뀐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꿈자리에서 기분 나쁜 대접을 받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를 못했고, 일어나보니 미뤄놓은 집안일로 집은 난장판이고, 아침부터 선약으로 나가 일까지 끝내고 오면 가족들이 집으로 복귀하는 시간이 되어버리는..
삶을 즐겨야 하는데, 버티고 있는 내 자신이 서글펐고 견디고 있는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인 아침부터 기분이 이렇다.
오늘 나를 표현한 적절한 말을 찾아냈다.
(P.195)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기에는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많다 보니, 내 마음대로 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그러니 내 한 몸 자유로운 이들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삶의 영역이겠지.
내가 책임져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나의 직업은 주부이고 엄마이다.
이 직업을 택하지 않았으면 결코 몰랐을 감정들, 내 시간이 단 한 개도 없는 것 같은 공허함..
아프지 않으려 약 먹고, 운동하는 것마저 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프면 내 자리를 메꿔줄 대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내가 선택한 이 직업을 감내하기 위해 감정을 다독인다.
괜찮다고, 다 좋은 거라고....
다독인 감정위로 눈에 거슬리는 그 무언가가 생기면 감정은 뒤엎어진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이미 어떤 것이 본 감정인지도 알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정말 다 때려치고 싶은 마음, 다 손 놓고 싶은 마음이 저 밑바닥부터 밀려 올라온다.
마치 용암이 밀려나오듯 그렇게...
(P.22) 아니 무슨 인터넷 선은 온 집안 구석구석 '기가로 기가 산다' 기가 팍팍하게 해놓고, 우리나라 인터넷 강국이라 회사에서 부장님 퇴근 안 하고 야근해서, 집에서 인터넷도 못 해보는 게 이게 선진국인가.
(P.24) 이제야 알았다. 한 여자의 성공 뒤에는 다른 어떤 여자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걸.
(P.35) 사직서를 내고 와서 아이를 씻기고 빨래를 개고 설거지를 하고,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엉엉 울어버렸다.
내 손으로 놔버렸지만 못내 아쉬웠다. 결국 나는 대리 진급 앞에서 이렇게 끝나버렸다.
잠시 숨 고른다 생각하자. 맥주 한잔 시원하게 들이켜고 텅 빈 두 손을 본다. 놓아야 잡을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잡기만 하면 된다. 좋은 엄마, 그리고 꿈꾸는 엄마. 이제부터 잡으면 된다.
(P.46) 워킹맘을 하는 것과 전업맘이 되는 것.
사실 이건 가치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이지 정말 정답이 없다.
돈이든, 자기 삶의 명예든, 아니면 아이든,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다만 비중과 경중이 어디에 있느냐 차이.
(P.69) 일과 생활이 번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에서, 일에서 삶을 덜어내지도 못하고 삶에서 일을 덜어내지도 못하고 끙끙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일을 한다는 건 일과 삶이 마치 소화불량같은 상태로 꾸역꾸역 이어지는 것과도 같다. 빨래를 돌리고 일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고 일을 하는 것. 이렇게 일이 조각나는 일상의 단편들은 그렇게 여유롭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P.140) 돈을 번다고 살림 방어권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돈을 못 번다고 살림 필수권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살림은 사람을 살게 하는 일이다. 그러니 사람이 살아갈 정도로만 융통성 있게 지키면 된다. 살림 자체가 나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것보다는, 나도 살고 삶도 살아가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닌가.
(P.193) 엄마들이 일할 수 있는 회사 문화를 만들자. 나의 삶이 건강하게 전환되어 엄마로도 나 자신으로도 균형 있게 살 수 있도록 하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죄스럽지 않고 멋진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하는 엄마를 위한 진정한 회사를 만들자.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녀들을 걱정한다.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발 동동 구르며 미친듯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것들을 해치우는 그녀.
도대체 잠은 언제 잘까?
맘 편히 잘 수 있는 시간이 그들에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비단 그녀들에게만이 아니라 엄마라는 명찰을 단 모든 이들에게 사회는 인정머리가 없다.
(P.187) 그런 보여주기식 행사로만 머무는 기존 창업 교육 프로그램들을 듣고 볼 때마다 생각한다. 세상은 그냥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구나.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를 위한 교육을 한다면서 우리를 위한 배려가 없다.
어느 날, 듣고 싶은 강의가 있길래 신청해볼까.. 했더니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란다.
뜨아... 아이들이 집에 있는 토요일인데, 아이들은 어쩌라고..
데리고 가도 되는 강의라 시간이 저런지, 아님 누군가에게 맡기고 오라는 건지..
강의를 듣고 싶은 너희는 을이니 오고 싶으면 알아서 하라는 건가보다.
이런 것을 나만 느낀 것이 아니라 저자도 나도 그리고 다른 엄마들도 느낄 텐데, 정작 강의를 잡는 지자체나 교육청들은 느끼질 못한다. 참 애석한 일이다.
엄마라는 명찰, 달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기분.
참 뿌듯하고 참 감사하고, 참 멋진 이름, '엄마'...
그런데, 이 명찰을 단 이들은 능력을 인정받지도 못하고, 집안 일과 육아, 사회 일까지 하기에 이 사회는 녹록치가 않다.
그럼에도 그녀들을 격하게 응원한다.
그녀들의 열정이 꺽이질 않게..
이러한 마인드를 가진 CEO들이 크게 될 수 있게..
그들의 움직임이 나비효과를 만들어 이 사회에서 엄마들의 경력이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게..
절대 '경단녀'라는 해괴망측한 단어가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없게..
그녀들이 말하는 꿈이 현실이 되기를 응원한다.
이렇게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엄마들이 많기를, 그들의 열정이 논바닥 짚풀에 불 옮겨가듯이 순식간에 퍼져 엄마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엄마가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한 우리가 되기를....
"집에 좀 들어가요,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가족까지 버려가며 일을 해, 후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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