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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리뷰)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by 오리여인』
읽기 완독한 날 : 2021.01.16
하루하루 지내다보면
사는 게 팍팍하다 느낄 때가 있다.
뭐 대단한 일이 있는 날들이 아니라
매일이 비슷하여 구분조차 할 수 없는
단조롭기 짝이 없는 일상속에서도
뭐가 그리 버겁다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럴 때는
밀린 집안 일도, 읽어야 할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도 좋아하지 않는 일도
그냥 짐처럼 느껴지는 그런 날.
커피를 쉴 틈 없이 리필하며 멍만 때리던 날.
온종일 피곤에 찌들어 축축 처지던 날.
이 책을 든다.
"나는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아주 오래오래
걸어야 하니까요.
나는 나를
기다려주기로 했습니다.
이 책의 느낌은 참 허술하다,라는 것.
성의없는 느낌으로 '허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절대 아니다.
'완벽하다'의 반의어로 사용한 것이다.
나에게 '완벽'이라는 단어는
풀지 못한 숙제를 떠안고 있는 마음을 갖게 한다.
그 말은 나 스스로는 완벽함을 해낼 수 없는 능력의 현실을
나의 마음은 아쉬워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스트레스가 많은 이유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스스로를 극한으로 밀어 넣기 때문이다.
평소에 자기계발서를 자주 보고,
요즘은 경제, 경영 도서들로 시선을 옮겼다.
즐거운 독서보다는 공부하는 독서로 방향을 틀어 놓았다.
마음이 쉴 틈이 없어서 답답했고,
쉬어갈 틈을 만들어줘야 했다.
p.026)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더니
결국은 싹을 틔워내 얼굴을 보여주었다.
시간을 주는 것.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
식물에게도 우리에게도 필요한 일.
[처음은 모든 것이 어렵고 서툴다]
p.071) 쨍하게 햇빛이 들지 않는다고,
더 높이 자라지 못한다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햇빛을 받고 쑥쑥 자란 나무는
사람에게 과일도 주고 그늘도 주는 인생이라 좋고,
질경이처럼 삶이 척박하여도 헤쳐나가다 보면
누군가에게 작은 좌표가 되는 삶도 좋다.
p.076) 좋은 생각을 가까이하라고 말한다.
좋은 책이든 좋은 사람이든 늘 곁에 두라고.
그게 중요하다고.
좋은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면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그렇게 좋은 것에 젖어갈 거라고.
p.204) 시간이 가면 해결되는 것들이 있다.
살아가고, 그래도 살아가고,
가끔은 울기도 하지만 이내 좋은 일이 온다.
장마가 계속되어도 며칠만 지나면 먹구름이 물러가고 젖었던
옷가지도 뽀송뽀송하게 마려줄 해가 뜬다.
그렇게 또 돌아온다.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내게는 필요한 시간.
덜 완벽한 책.
허술해서 좋은,
완벽의 미를 추구하지 않아서 좋은,
완벽한 세상이 아니라 이렇게 틈이 보이는 세상이 좀 더 인간적이어서 좋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어도 괜찮은 것 같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아 좋았다.
공간의 여백은 눈을 쉬게 해주었고,
읽는내내 편함이 느껴졌다.
마음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
마음에 왔다간 흔적이 남지 않아도 좋은 것,
이렇게 쉬워도 좋은 것이 있구나, 느꼈다.
첫 에피소드(p.16.「집순이」)를 읽고
나는 내가 '집순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말았다.
나랑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신나서 약속을 잡았으면서
약속 날짜가 다가올수록
격하게 약속이 뒤로 미뤄졌으면 바라고,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체기가 올라와 몸이 아팠다.
밭일하러 끌려나가는 소마냥 엉덩이를 뒤로 빼다
결국은 나가게 되는 약속,
가서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신나게 수다떨고 먹는다.
이런 나의 이중적인 마음을 마음 편하게
그 누구에게도 말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내가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을
책 속의 글로 만나니 위안이 되었다.
다행이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구나..라는 위안.
처음부터 이것저것 재는 마음을 내려놓게 하니
읽는내내 부담이 없어 편했다.
이렇게 가끔은
나를 쉬게 해주는 책도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의 느낌을 정리하면서
깨닫는다.
코로나로 하루하루가 지치고 우울한 요즘,
나를 놓치는 일이 많다.
매일 똑같은 일상으로
나의 시간을 낭비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지금 멈춰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말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좋은 날도 올 것이고,
힘들어도 긴 생의 나를 붙잡고 갈 수 있게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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