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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씨 책이야기/책리뷰

(읽은흔적)'조그맣게 살 거야 by 진민영 - 이토록 단단한 마인드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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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권하는 수아씨의 추천도서
 
조그맣게 살 거야
진민영 저
 
예스24 | 애드온2

<2019년 3월 30일>

* 조그맣게 살 거야 by 진민영 - 이토록 단단한 마인드의 소유자

* 평점 : ★★★★★

 

혜민스님의 책을 보다가 알게 된, 오랫만에 마음에 드는 에세이집을 만났다.

책표지에 적혀있는 '군더더기를 빼고 본질에 집중하는 삶'이라는 문구.

딱 이 책이다.

안의 내용을 들여다보기 전 책을 처음 접할 때의 느낌이 딱 이렇다.

딱 책으로서의 역할을 가지고 시선이 분산되지 않게 최대한 심플한데다 책사이즈도 가볍기 그지 없다.

책이라는 본질만을 그대로 살린, 딱 작가의 책이라 할 만하다.

처음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필사를 하기 시작했고, 감성 퐁퐁 튀기는 것 같은 시작에 단정한 학생을 보는 것 같다가 조금 지나니 꽤 깐깐한 담임선생님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너무 바른생활 소녀같아 발라당 까진 나의 감성으로 받아들이기가 벅차다.

자기주장이 너무나도 강한 작가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가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적잖았지만,

나와 다르니 공감대가 닿지 못하여 그러겠지, 싶어 최대한 담백하게 바라보려 애쓴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은 읽고 또 읽었다.

손가는대로 페이지를 펼쳐 읽고 읽고 또 읽고..

그러다가 볼펜을 들고 필사를 한다.

적고 싶은 구절들이 너무 많아져 한 챕터를 전부 옮겨쓰기도 한다.

읽는 속도를 손이 따라가지 못해 책장 넘기는 속도는 더디다.

그렇게 3주하고도 하루동안 이 책과 함께했다.

내 손에는 11장의 필사종이가 남았는데도 책을 반납해야 하는 두 손이 무겁게 느껴진다.

꽤 오랜 시간을 들고 있었는데도 아쉬움이 가득한 책이다.

더 읽고 싶고,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더 손에 쥐고 있으면서 작가의 마음을 조금만 닮아갔으면 하고 바라본다.

저자의 미니멀리즘 생활을 읽으며 기존의 미니멀라이프를 이야기하던 다른 책들을 떠올린다.

잡지에 실리는 인테리어 사진같이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감히 따라할 수 없었던..

따라해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샴푸, 린스, 바스등을 똑같은 용기에 담아 깔끔한 욕실의 사진과 설명을 보고 한달음에 다이소로 달려가 저비용으로 구입했던 플라스틱 용기.

용기에 소분하고 원래의 케이스는 다용도실의 보관함으로 보내놓으니 사진에 못 미치지만, 나름 보기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왠만한 부지런함을 장착하지 않고서는 버거웠다.

작은 용기여서 금방 비워져 며칠지나면 통을 채워야했고, 한 두번 그러하다가 결국 짐이 되어 버렸던, 지금도 화장실 세면대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해 서있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따라하기 쉬워보여 무작정 따라하고서는 실패를 해버린..

따라할 때 놓치고 지나간 것이, 그리 해놓는 저자들을 따라갈 정도로 나는 부지런함이 배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냥 원래의 케이스를 사용하는 것이 제일 편했던 방법이었고, 보기에는 통일성이 없어 멋없어 보여도 소분하는 그 시간조차 필요없으니 얼마나 간편한가.

저자는 말한다.

'색감이 다소 촌스럽고 통일감이 없어도, 꼭 필요한 단출한 세간살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는 명백한 미니멀리스트다'라고.

인테리어 사진처럼, 상품 광고처럼 멋드러진 모습이 아니어도 꼭 필요한 물건만 지닌 사람도 미니멀리스트에 합류할 수 있다고.

나무 옷걸이를 쓰지 않아도 원한다면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는 거였다.

-전에 어느 책에서 옷걸이를 나무옷걸이로 하여 옷을 거면 정리도 쉽고 튼튼하다 하여 진심으로 나무옷걸이를 살까,를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사진 속의 나무옷걸이가 너무 멋져보였다. 그것을 사면 진짜 미니멀리스트가 될 것 같았다. 그때 그런 마음이 진심이었다.-

미니멀리스트를 한다고 무언가를 추가를 사는 행위를 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미니멀리즘은 '비움'을 권하는 삶이지 탐나는 인테리어와 소품을 권하는 삶이 아니니 말이다.

(P.156) 미니멀리즘이 내 마음에 심어준 희망의 싹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내 자신을 너무도 또렷하게 알게 됐다는 점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슨 취향을 가졌으며, 가치관과 궁극적 지향점은 무엇인지, 나를 너무도 잘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소박하고 단촐한 물건으로 사는 저자의 모습이 진심으로 멋져보인다.

보이는 모습만 미니멀한 것이 아닌 마인드까지도 미니멀리즘한 저자, 문득 저자의 나이가 궁금해졌고, 그러하지 않겠지만 이왕이면 동년배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세상과 적당히 타협을 하고 사는 나도 저자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나도 저자처럼 내 자신을 또렷하게 알고 싶고, 나의 취향이 어떤지, 어떤 사람인지, 나의 가치관과 내가 향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알고 싶다. 40대인 지금도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정확히 모르니 어찌 답답하지 않을까.

 

(P. 131) 행복을 가져다줄 성공을 위해, 사회가 말하는 공식을 따랐을 뿐인데, 우리를 기다리는 건 재앙이다. 현재 행복할지라도 그것이 우리가 사는 환경과 후손의 미래를 위협하다면, 분명 그 규칙과 기준 등은 모두 다시 정해야 한다.

(P.113) 몰입이 과해져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을 때는 이렇게 초과 근무를 한다. 그러나 공식적이지도 않고, 누군가의 강요나 보이지 않는 압박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즐거운 초과근무다. 자발적 야근이다.

(P.97) 입지 않는 옷을 집에서 입는다는 명분으로 옷장에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그렇게 실내용으로 전락한 버리지 못한 옷들은 한 번도 입지 않은 채 열이면 열, 옷장에 그대로 방치된다.

(P.89)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물건은 심미적 쓰임이 있는 물건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곳에 둬야 진정으로 가치가 있다. 가족의 유품이나 졸업 앨범은 설렘으로 가지고 있다기보다 단순히 버리기 힘든 과거의 잔재에 불과하다. 심미적 쓰임, 실용적 쓰임 모두 현재를 살아가는 '진행형' 물건들이다. 추억은 과거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P.82) 신용카드의 잔 꼼수다 싫다. 여러 가지 혜택을 얹어주며, 나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처럼 만들어줄 것마냥 말하지만, 실상은 돈을 더 쓰라고 과소비를 부추길 뿐이다. 찰나의 괘감에 취해 무턱대고 긁은 신용 카드는 미래의 자유를 발목 잡는 빚만 부른다.

(P.38) 나는 의도적으로 인터넷을 소등한다 컴퓨터도, 인터넷도, 휴대폰도 어떤 전자 통신 기기와도 스스로를 단절시킨다.(...) 인터넷이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항시 온라인 대기 상태는 스스로를 노예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P.30) 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가를 치른다. 얼음이 녹아 익사하는 북극곰이, 학교를 포기하고 석탄을 캐는 소년 소녀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기도가 막힌 거북이들이 대가를 치른다. (...) 무언가를 사고 또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질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P.24) 열정과 영감도 충분한 휴식이 있을 때 빛나는 법이다. 여유가 없는 일상은 새로움을 차조할 여력도,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에너지도 없다.

 

​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명확한지.

저자의 가치관은 정말이지 뚜렷하다. 읽고 또 읽는다.

읽을 때마다 새롭고 읽을 때마다 저자의 말들이 선명해진다.

이토록 단단한 마인드를 가진 이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그 단단한 마인드를 가진 이들 중 나도 속하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미니멀라이프를 진정 원한다면 이 책을 진심으로 권한다.

절대 따라할 수 없을 것 같이 완벽하게 세팅된 사진이 잔뜩 들어있는 책보다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니.

'비우고 또 비워서 오직 내 존재 하나만으로 우뚝 서 있는 사람이고 싶다'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나 역시 내 존재만으로도 인정받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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