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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씨 책이야기/책리뷰

유진과 유진 by 이금이 - 유진이가 알려주는 어른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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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7일>

* 유진과 유진  by 이금이 - 유진이가 알려주는 어른들의 민낯

* 평점 : ★★★★★

새학기가 시작한 15살의 큰유진이는 같은 반에 자기와 같은 이름을 가진 작은유진이를 발견하고 유치원때 친구임을 기억한다.

뉴스에 나오고, 경찰서에 갔었던 그 사건을 같이 겪은 친구였던 작은유진이가 전혀 기억이 없음을 알게 된다.

큰유진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착각을 한 것이라 생각했던 작은유진은 둘의 엄마가 아는 사이임을 목격한다.

큰유진에게 어렸을 적의 사건에 대해 전해 들었으나, 기억이 없는 작은유진..

부모의 사랑을 느끼지 못한 작은유진은 서서히 찾아오는 기억의 조각들 속의 사건을 기억해내게 된다.

두 유진이 겪은 그 사건에 대해 그 부모들의 대처는 판이하게 다른 것을 작은유진이는 알게 되는데....

작은 유진이는 모범생에서 거리를 서성이는 아이가 되는 길을 선택하고......


(P.93) 어른들은 자식들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다. 어린 시절, 청소년 시절을 먼저 경험해 본 사람이 자식의 친구가 돼 주어야지, 자식더러 아직 돼 보지도 못한 어른의 친구를 해 달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

(P. 98) 어른들은 이렇다. 할 말이 없으면 어른이라는 것을 앞세워 누르려 든다. 이럴 때 맞을 것을 내세워 반항하는 것은 유치한 짓이다.

(P. 115) 핸드폰을 갖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이 이해 받았기 때문에 내게도 아빠 엄마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뜻이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좀 더 폭넓고 깊이 있는 거겠지만 난 아직 자라고 있는 아이다.

당연히 어른이 먼저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라는 아이들은 그런 어른의 모습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

(P. 117) 종교를 떠나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구절을 어른, 특히 부모가 되려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제1 수칙으로 삼게 했으면 좋겠다. 장담하건대, 그러면 청소년 문제가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문제 학생 뒤에는 반드시 문제 부모가 있는 것이다. 어린 나도 알고 있는 것을 왜 어른들이 모르는지 모르겠다.

(P. 172) 마지막 시험의 답을 오엠알 카드에 마킹한 나는 일생 동안 무찔러야 할 시험 한 개를 거꾸러뜨린 심정으로 펜을 놓았다. 아, 잭과 콩나무처럼 쑥쑥 자라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P. 195)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P.240) 어떤 일이든 그런 것 같다. 네 탓, 남 탓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탓인 것이다. 내 탓이라고 여길 때보다 남 탓을 할 때가 더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P. 275) 감추려고, 덮어 두려고만 들지 말고 함께 상처를 치료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상처에 바람도 쐬어주고 햇볕도 쪼여 주었으면 외할머니가 말한 나무의 옹이처럼 단단하게 아물었을텐데.

 

 (P. 173)을 보면 아이들이 생각하는 엄마들의 모습에 대해 느끼는 것을 적어놓은 것이 나온다.

그 부분을 읽으며 '정말 그러겠다...', '그렇게 생각하겠다..'라고 공감을 한다.

그러면서 내 아이들도 엄마에 대해 이처럼 느낄까?? 궁금해졌다.

물어볼까 싶다가 정말 이런 말이 아이 입에서 나올까봐 겁이 나 물어보기를 포기했다.


과연 우리는 청소년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안다고 할 수가 있을까?

지금 어른이 우리들도 그 나이와 그 시기를 지났음에도 그때 어떤 마음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어른을 바라봤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 그때는 분노하고, 불평했다.

무엇때문에 그러했을까?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화를 내는 거였을거다.

그렇게 우리를 우리가 느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싫었던 걸거다.

그런 시기를 견디고 지나온 우리들은 과연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를 이해할 수 있는 시선과 관심을 주고 있는 것일까?


이런 어른이면 참 멋지겠다.. 이런 부모면 너무 멋지겠다.. 라고 생각했던 내용이 책에서 나왔다.

딸아이의 첫 생리를 가족이 다 같이 축하해주는 기념식이라든지, 이성친구에게 줄 초콜릿을 같이 골라주는 엄마라든지..

너무 멋진 엄마이고, 가족이라 생각했었고, 그렇게 해줘야겠다는 할 생각까지 있었는데, 아이는 말한다.

"사춘기적 특성에 대해서 나름대로 공부한 엄마는 모두 이해한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대하고 있지만 실은 날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라고...... (P. 41)

내가 첫 생리를 할 때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그때는 이러한 것을 축하해주고 그러한 분위기가 아니었었고, 그 당시의 나는 이성에 예민했고,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이 빨랐던 나는 내 몸밖으로 빨간 무엇인가가 나온다는 것이 창피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느 나이대에 첫 생리를 시작한다..의 기준점에서 나는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주위의 축하를 받았다면?? 글쎄, 그때 어떠한 표정을 내가 지었을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좋았겠다, 싫었겠다..등등.. 어떤 류의 감정이 들었을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듯 하다.

그렇게 나의 감정을 정확히 말할 수도 없으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첫 생리를 첫 몽정을 축하해주는 분위기로 가니 나도 그런 멋진 부모가 되고 싶어졌었다.

그렇게 실행했던 몇 몇 이들의 이야기만 듣고, 내 아이의 성향과 마음을 살피지 않은 채 말이다.

우리는 평균을 좋아한다. 또, '대부분' 이라는 말도 좋아한다.

이 나이대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이러하고 이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등등....

내 아이가 그 '대부분'이라는 단어에 속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자기판단이 부족하고, 친근한 어른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가득한 아이들에게 유치원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성폭행을 당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여러 명의 아이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 그 사건, 아이들은 그 공포스럽고 끔찍한 사건을 겪은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애 조우한다. 같은 일을 겪은 아이들인데 한 명은 그때의 기억을 송두리째 잊어버리고, 한 명은 잊지는 않았으나 그냥 있었던 일로 기억을 한다.

즐겁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놀이를 하게 된 큰유진과 작은유진에게 면죄부의 방식에 대해 현명했던 처사였는지 고민을 해봐야 하는 문제다.

두 유진네 가족은 다른 결정을 내리고, 비록 다른 결정이었다해도 모두 아이들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과연 이런 상황에 닥친다면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아이에게 안겨줄까?

힘든 일이고, 용서하지 못할 일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아마도 큰유진의 부모와 같은 결정을 이끌어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우리 아이는 내 목숨보다 소중하니까......

어른들의 이기적인 판단으로 우리 아이들은 숨이 할딱거려지고, 코너로 몰린다.

우리가 인생 좀 더 살았다고 우리 생각이 다 맞다고, 우리 경험이 다 옳은 거라고 고집피우지 말자.

아이들의 인생은 아이들이 짜나갈 수 있게 어른인 우리는 그저 지켜보기로, 그렇게 노력하자.

항상 그렇듯 청소년도서는 '어른'이 먼저 보기를 권한다.

이 시대의 많고 많은 어른들에게 부디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부탁드린다.


그런 애란 무엇을 말하는 거지? 10년이 다 돼 가는, 내 잘못도 아닌, 이제는 흉터로나 남은 줄 알았던 그 일이 왜 지금 문제가 되는 거지? 울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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