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 오우아(吾友我) by 박수밀 *
* 오롯이 나만을 위한 마음 공부 시간 *
* 평점 : ★★★★★
* 실제 완독한 날 : 20.05.16 ~ 05.19 (필사완독)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날이 자꾸 많아진다.
숫자가 더해질수록 몸은 흐물어지더라도 마음은 단단해질줄 알았는데, 몸보다 마음이 더 출렁거린다.
둥실거리는 마음을 잡아 땅에 묶어두어 안심할라치면 둥실거리며 흔들대던 마음이 한없이 밑으로 가라앉는다. 더이상 꺼질때도 없는데도 납작해진 마음을 흔들어 띄어놓으려 또 애쓴다. 무한반복이다.
무한 슬럼프이고, 끝이 없는 번아웃이다.
아마도 숫자만 꾸준히 먹고 있는 철없는 어른이어서 매일같이 마음을 만져줘야 하는건지도 모른다.
이유없는 흔들림을,그렇게 아래위로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눈을 굴리다 발견한 조금은 낯선 제목의 파란 책을 발견했다.
『오우아: 나는 나를 벗 삼는다』라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벗, '나'..
혼자가 미치도록 외로울 때, 누군가가 마냥 그리워질 때 당장 나의 부름에 나와줄 이들이 있을까, 싶어 핸드폰의 연락처를 살피며 망설였던 시간들..
바로 옆에 나와 함께 해 줄 내가 있었는데, 한번도 나를 돌아보지 못했었다.
너무 멋진 말이구나, '오우아'..
제목처럼 내용도 멋지기를 바라며, 책을 펼친다.
전날 50여페이지까지 읽어냈으니 그 다음부터 읽으려보니 앞의 이야기가 가물하다.
나는 나를 벗 삼아야 할 날들이 많기에 슥~ 읽고 머릿속의 지우개로 지워버릴 수 없었다.
결국 '적어야 하는구나..'로 돌아온다.
잠이 오지 않아 책을 든 새벽내내 시간은 넘쳐나니 처음 시작 페이지로 가서 필사를 하기 시작한다.
한 번 읽었던 부분이어서 읽어서 처음보다 더 쉽게 페이지는 넘어가는 대신 손이 좀 느릴 뿐이다.
손으로 읽어내는 시간,
마음에 와 닿는 구절들이 자꾸만 손짓을 해대는 통에 자꾸 설렌다.
설레는 마음 사라질까 느린 손으로 적은 글귀들을 알록달록 색칠해준다.
책읽는 시간이 색칠놀이 시간이 되어버렸다.
깜깜한 어둠이 가득한 새벽, 나만을 위한 마음 공부 시간이다.
옛 선인들의 말들이 몸에 콕콕 박힌다. 공책에도 콕콕 박힌다.
p.34) 우리가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은 욕망하는 나와 본래의 나가 끊임없이 충돌하며 중심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욕망하는 나는 세상의 가치에 맞추어 살라고 유혹한다. 본래의 나는 나의 목소리를 지키며 살아가라고 격려한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p.39) 사람은 매일매일 더 나은 내가 되려고 애쓸 때 비로소 진보할 수 있다. 나이 쉰이 넘고 예순이 되었다고 해서 배움이 끝난 게 아니다.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으면서 나보다 앞선 길을 걸어간 사람, 그 사람을 목표로 삼아 따라잡으려고 애쓰다 보면 언젠가는 그 사람의 자리에 서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p.67) 환경과 경험의 차이에 따라 만들어진 습관이 다양한 성품의 사람을 만든다. 무엇을 보고 듣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그 경험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성품으로 굳어진다.
p.177) 나이 듦이 슬픈 것이 아니라 더이상 어떤 일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게 슬픈 것이다.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다.
"군자는 처음을 삼가야 하니, 털끝만 한 차이로 천 리가 어긋난다" ,『역위』
p.58) 비단 이미지만 처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일할 때도 처음이 중요하다.
- 처음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사소한 차이가 나중에는 천 리나 되는 차이로 벌어진다.
p.225) 자존감을 잃고 남의 눈치를 보는 까닭은 먼저는 나 스스로가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이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하늘도 어찌할 수가 없다.
p.226) 나는 나일 뿐, 남이 아니다. 나 자신을 보고 나 자신에게 들으면 된다. 남의 목소리에 신경을 쓰다 보니 내 목소리를 잃었고, 남이 사는 모습을 부러워하다가 내 삶에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남의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고 남의 삶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내가 내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없고 내 삶을 긍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왔고 앞으로도 충분히 잘 해낼 것이다.
그대는 위험한 곳을 만나 멈췄는가? 아니면 순탄한 곳을 만나 멈췄는가? 뜻을 알고 멈추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뜻을 얻고 멈추는 것은 군자만이 할 수 있다. 그대는 뜻을 얻고 멈췄는가? 아니면 뜻을 잃은 후에 멈췄는가? -홍길주, 「지지당설」-
눈에 읽히는 글귀마다 마음을 건드린다.
최근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지내는 일이 다반사여서 하루가 끝나가는 시점에 돌아보면 한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한탄하는 일이 잦았다.
미친듯이 달리지도 않는데, 몸은 왜 이리 축축 쳐지는지 남들은 알차게 사용하는 하루를 나의 하루는 눈을 떴다가 감는 행위와 밥 한끼 하는 행위가 끝이니 근심이 마르지 않는 날들이었다.
그렇게 지쳐 있고, 바닥과 딱 붙어있는 무거운 몸을 톡톡 건드린다.
'지금 왜 멈춰 있는가?'하며 말을 건넨다.
'남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흔적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하루하루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고 있나?'라며 나의 해이해진 생활을 알기라도 하듯 지적한다, 순간 뜨끔해진다.
'남에게 봄바람을 불어넣어 준 적이 있는가?', '개인의 근심이 아니라 평생의 근심을 하고 있는가?'라며 소중한 시간을 우물안 개구리처럼 먹고 사는 개인의 걱정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지 묻는다.
반 나절만 지나면 사라질 근심에 발발 떨며 살지 말라며 넓은 시야를 가르쳐준다.
책을 덮는 마지막까지 '스스로에게 진실된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물어온다.
나 잘 살고 있는 건가?
나 떠나갈 때 남은 나의 자리가 흉되지 않게 살기 위해 애쓰고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일에 제풀에 지쳐 소중한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는 않는가?
읽으면서 즐거웠다.
나의 삶에 자꾸만 의미를 부여해주고, 가치를 더해주는 문장들이 소중했다.
관심있게 여기지 않았던 옛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삶에 지친 나에게 찾아와 주었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속에서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는다.
3박 4일동안 이 책만을 눈과 손과 마음으로 만났다.
뿌듯함이 가득했고, 외로움이 덜해졌다.
나에게 내가 있어 다행이었고, 나에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음에 마음이 놓였다.
벗은 서로 닮아간다는데, 더 좋은 모습으로 닮아갈 수 있는 나와 내가 될 수 있게 하루를 성실하게 진실하게 대하기로 마음먹는다.
코로나19로 인해 3개월이 넘게 남들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요즘,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본인도 모르는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어 다들 예민한 듯 하다.
나아지지 않는 현재의 다양한 문제에 치이고 생활에 지쳐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처난 마음을 어루만져 줄 마음 공부가 필요하다.
옛 선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기를 진심으로 권해본다.
책을 펼칠 때의 마음과 덮을 때의 마음은 결코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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