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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씨 책이야기/책리뷰

(책리뷰)'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by 이도우 - 연둣빛 돋는 봄날 펼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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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by 이도우 *

* 연둣빛 돋는 봄날 펼치고 싶은 책 *

* 평점 : ★★★★★

* 실제 완독한 날 : 20.04.04

 

파릇한 연두빛 싹들이 돋아나는 계절이다.

온 몸과 마음까지 움츠러드는 계절이 지나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입가에 걸리는 계절이다.

날이 좋아 행복하고 좋은 날이 계속되니 또 행복해지는, 그런..

마음 속에 간직한 소중한 이에게 "날씨가 좋아서 보고싶어져. 보러갈께."라고 멘트 한 번 날려주고 싶은, 날이 좋아 기분까지 환해지는 날들이다.

그렇게 좋은 날들 속에 날이 좋아 소중한 이가 생각나서 기분이 우울해지는 날 또한 찾아온다.

그럴때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책 속에 숨는 방법을 찾는다.

무겁지 않고 최대한 머리가 가벼워질 수 있는 책을 찾아 숨는다.

딱 지금 만날 책이다.

숨기 위해 만난 책에서 나는 행복하고, 위안을 받는다.

따뜻한 말과 문장에 나는 힘든 마음을 잊었다.

그 마음을 마음 드는 문장이 있는 페이지에 쏙 넣어둔다.

예쁜 글 속에서 깨끗하게 정화되어 다시 내 마음으로 들어올 수 있게.

 

책의 문장을 뽑으러 다시 책을 펴든 순간 나는 다시 설레인다.

어느 문장을 내 리뷰에 담을 수 있을까, 하고서 말이다.

책을 펼칠 때 몸으로 전달되는 미미한 떨림과 두근거림,

기분좋은 흥분감이 온 몸을 찌릿하게 만든다.

책에 대한 나의 마음이 다독보다는 정독, 재독으로 조금씩 옮겨간다.

좋았던 책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이러하고,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때의 감정이 분명 이러할테니.

 

26- 별거 아니라고, 이런 데 연연하면 일 못하나고 다들 말했지만 더는 잘 되지 않았다. 없었던 일인 셈 치라고 해도 언제나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이니까. 생각해보면 꼭 그 아이 탓만도 아니었다. 그간 차곡차곡 누적돼온 것들이 넘쳐버렸기 때문이고, 타이밍이 마침 그때였을 뿐.

119-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렵다. 그렇게 섞여 있는 진짜와 거짓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으니까.

134- "보지 말라고 하면 안 보면 좋잖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면, 안 해야 하는 거잖아. 왜 어기는 걸까?"

"금기는 지키기가 어려우니까."

190- 인간은 지도를 바라보는 판타지가 있다. 꼭 보물섬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더라도, 어딘가 내가 꿈꾸던 완벽한 장소와 대상이 존재할 것만 같은 절실하고 아름다운 오해가 있다.

257- 그때만 해도 건강했는데.

아니, 그때도 몸에는 병이 있었지만 저는 몰랐으니까 건강하다고 믿을 때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병을 알 때까지는 건강한 사람이니까요.

268- 타인의 배려를 받고 신세를 진다는 건 고마운 일이면서도, 결국은 인생에서 크고 작은 빚을 만들어가는 일일 테니까.

271- 하지만 아픔의 크기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많이 아프다고 누구나 세상을 버리는 건 아니었고, 남은 사람은 덜 아파서가 아니라 살아가려고 끝까지 애썼기 때문이었다.

330- 아이가 여러 번 읽은 책을 또 골라 온 걸 보면, 어른이나 아이나 마음이 힘들 때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 진짜 '인생 책'이 아닐까 싶었다.

375- 멈추지 않는 적의는 언젠가는 뒤틀리기 마련인 걸까. 좀처럼 행복할 수 없는 인간들이 가장 손쉽게 자기 인생을 합리화하는 방법. 가까이 있는 누군가를 집요히 미워하고 질투하고 원망하는 것….

 

책방? 알 게 뭐야. 사랑하는데 책 따위가 필요할 리 없잖아.(p.278)

- 은섭의 이런 표현, 아.. 너무 좋다...

사랑하는데 책이 대수인가 뭐....

이렇게 심플하면서 세련되면서 츤데레같은 멘트,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잖아.

물질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사랑'이란 감정에 도끼눈을 치켜뜨는 나를 질책하는 말을 서슴없이 뱉어내는 은섭이를 어쩔까.

정말 얼마만에 탐나는 이성인지, 해원이가 부러워지니 어쩐다.....

 

253- 책들을 기획하고 쓰고, 그리고, 사진 찍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성 들여 제작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다 소중해 보인다. 진심이나 진정성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세상에 좌절할 일이 없겠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으니 결국은 추릴 수밖에 없다. 모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기뻐하거나 실망하거나,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 작가를 꿈꾸고, 1인출판사를 꿈꾸는 나에게 책의 소중함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책 한 권마다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과 시간이 들어있음을 자꾸 잊어버리는 나에게 위의 문장은 다시 한 번 무겁게 다가왔다.

 

요즘은 가끔 책을 읽다가 그런 생각을 한다. 분야를 나누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까,하는.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자기계발서에서 본 것 같은 문장들이 툭, 툭 튀어나온다.

또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니 굳이 애써 찾아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단, 이야기속에서 그 어떤 문장들을 찾아내는 것은 '마치 한밤에 푸는 두근거리는 수수께끼'(p.208)와 같아서 쉽지 않은 과정이긴 하다.

그 험한 과정을 조금 쉽게 가기 위해 분야를 나눠놓을 수도 있겠구나.

(궁금해 하는 것들에 스스로 답을 다는 자급자족의 글쓰기를 하는 나는 내 행동에 어처구니없어 나도모르게 콧방귀를 뀐다,허허...)

 

인연이라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살려고 노력한다.

하고자 하는 일들이나 해 온 일들에 당위성을 부여하여 스스로 한 선택을 합리화시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관계나 물건과의 관계, 그 외 살아있는 생명과의 관계에서 최선을 다해 인연론에 빠지지 않으려 애쓰지만, 유독 '책'이란 사물에게는 너그러운 내가 된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첫 만남때 이 책을 완독해내지 못했다.

남녀의 살짝 오글거리는 이야기, 전혀 읽어내지 못할 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무척이나 기대했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조금은 실망하며 읽었던 기억과 함께 그때의 나는 현실에 치여 가슴을 간질이며 다가오는 그런 류의 이야기에 날을 세웠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세상은 저렇게 순수하고 따뜻하고 사랑스럽지가 않았다.

때가 덜 묻은 듯한 사랑, 세상과 담 쌓은 듯한 사랑 이야기가 어색했다.

노련함과 세련미가 가득한 어른들의 사랑에 익숙해져버린 것 같은 나를 손가락질하고 질책하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못난 생각들과 마음들이 들춰지는 것 같았다.

반절도 읽지 못하고 덮어버렸다.

그렇게 패스했던 책을 드라마로 방영하는 것을 보며 원작에 다시 도전해보고 볼까, 싶었다.

그러고서는 '인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나의 마음과 그 인연될 것과의 마음이 연결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구나.

그때 못 읽어낸 이 책에 나는 무수히도 많은 포스트잇을 붙여대며 끝나는 것이 아쉬워 최대한 천천히 마지막으로 달려갔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별반 다름이 없고, 나는 좀 더 세속에 빠져 있지만 이 책의 순수함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겼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시간 사이 '바쁘게 살다 보니 잘 안 되는'(p.296)것도 있지만, 기분에 취해서 던지는 말들에 어느 용량이든지 진실은 항상 섞이는 법이니 관계에 연연하지 말자며 의연해진다.

 

책방지기가 밤마다 날려주는 굿나잇 인사처럼 인생에 날려주는 굿데이 인사를 마지막에 넣어본다.

우리 사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과 부디 행복하자.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미리 애쓰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는 떠나.

그러니 그때까지는 부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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