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by 스미노 요루 - '그'와 '그녀'의 진심이 담긴 한 마디
<2017년 11월 19일>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by 스미노 요루 - '그'와 '그녀'의 진심이 담긴 한 마디
* 평점 : ★★★★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책들이어서 낯설은 책들은 내가 책을 고를 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에겐 무척이나 크다.
제목에서부터 끌리는 무언가가 있어야 나는 손을 내민다.
자주 그렇다.
나는 그렇게 제목이 내 맘에 들어오는 책에 더 자주, 더 많이 손을 뻗었다.
책을 고르는 기준에 '제목'이 들어가는 나는 그래서 이 책은 정말로 읽고 싶지 않았다.
책 좀 읽는다는 블로거들부터 많은 이들이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나의 기준에 따라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 로맨스 소설같은 제목이..
그러면서도 로맨스처럼 사랑스런 제목이 아니어서..
책의 타이틀로 어울리지 않아 보여서...
읽기를 거부했으나, 영화로 개봉된다는 이야기에 '정말 괜찮은거야?'...라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면서도 궁금했다.
마침 도서관에 딱 꽂혀 있는 이 책..
그래, 너를 보아주겠다... 하는 강한 의지로 책을 집어들었다.
줄거리나 감상을 말하기 전, 딱 한 마디를 보태자면... 가슴 한 곳을 쫘르르 쓸고 가는 감성 가득한 이야기였다.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고 딱히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생각이 없는 '나'는 우연히 병원에서 노트 하나를 줍는다.
'공병문고'라는 이름의 노트에는 자신의 병을 적어놓은 일기같은 노트였는데, 그 노트의 주인은 우연하게도 같은 반 친구였다.
그녀는 그와 정반대되는 사람이었고, 그녀의 주위는 사람도 많았으며, 그녀는 항상 활기차고 밝았다.
나는 그런 그녀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P.20) 너나 나나 어쩌면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는 너나 나나 다를 거 없어, 틀림없이.
하루의 가치는 전부 똑같은 거라서 무엇을 했느냐의 차이 같은 걸로 나의 오늘의 가치는 바뀌지 않아. 나는 오늘, 즐거웠어."
(P.46) "그렇게 보려고 마음먹으면 성별이 다른 두 사람은 모두 다 커플로 보이겠지. 그리고 겉모습만으로는 너도 도저히 머지않아 죽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 중요한 것은 남들의 평가가 아니라 실제 내용이야."
(P.80) 깨달았다.
모든 인간이 언제가 죽을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나도, 범인에게 살해된 피해자도, 그녀도, 어제는 살아 있었다.
죽을 것 같은 모습 따위, 내보이지 않은 채 살아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게 바로 어떤 사람이든 오늘 하루의 가치는 모두 다 똑같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P.247) 다른 선택도 가능했을 텐데 나는 분명코 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했고, 그 끝에 지금 이곳에 존재한다.
이전과는 달라진 나로서 이곳에 존재한다.
그렇다, 방금 깨달았다.
어느 누구도, 나조차도, 사실은 풀잎 배 따위가 아니다. 휩쓸려가는 것도 휩쓸려가지 않는 것도 우리는 분명하게 선택한다.
(P.254) 세상은 차별하지 않는다.
건강한 몸을 가진 나 같은 인간에게도, 병을 앓아 머지않아 사망할 그녀에게도, 그야말로 평등하게 공격의 고삐를 풀지 않는다.
둘의 진심이 담긴 말,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가슴이 먹먹해지고, 순수하고 진실된 그 문장의 의미를 알게 되니 그들의 모습이 흐릿한 안개처럼 안타까움으로 밀려온다.
소년소년의 이야기에 눈가가 시큰해진다.
서로를 배려하고 걱정하는 둘의 모습이 각자의 이야기속에서 만나 감동을 더해주는 이야기..
정해져 있어 더욱 마음이 찡해왔던 그와 그녀의 만남, 그 정해진 만남보다 더 잔인했던 운명에 마냥 슬퍼하지 않는 그의 용기가 페이지를 덮는 손길을 그나마 가볍게 만들어준다.
여전히 제목이 감동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이에게 권해주는 소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쁜 맘이 든다.
여고생 감성을 깨워주는 사랑스런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행복한 11월이었다.